미국의 관세폭탄에 이은 현대차 미국 생산비중 80% 선언
공급망 시프트로 “수출은 명맥만 남고 일자리도 없어진다”
‘호세 무뇨스’. 발음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CEO다. 당당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다. 올해 1월부터 그 지위를 유지하면서 현대자동차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비전을 그리고 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및 미주권역 담당으로 합류한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통해 북미지역에서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미주권역을 비롯한 유럽, 인도, MENA 등 해외 권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에 보임됐다.
더불어 현대자동차 사내이사로 역할이 확장됐고, 현대차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공헌함으로써 글로벌 자동차 업계 내에서 검증된 경영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목조주택
그는 일본의 닛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닛산에서 전사 성과담당 겸 중국 법인장과 북미법인장을 역임했다. 뛰어난 추진력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추진력이 높고 직설적인 업무 지시로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답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직 실적으로 평가하는 ‘독한’ 경영자로 회자되기도 한다. 올해 60세로 적지 않은 경험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일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에서 열린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사장으로서 마이크를 잡고 깜짝 놀랄만한 수치 하나를 내놓았다.
“미국 시장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현재 40% 안팎인 현지 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높이겠습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국 생산 차종도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이 발언의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그가 말한 ‘미국 현지 생산 80%’가 미국의 관세인상 25%와 비슷한 ‘핵폭탄급’ 위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그의 발언은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시장 점유율도 끌어올리려면 현지 생산 확대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속내를 드러낸 것이지만, 이렇게 되면 미국 시장 내 국산 수출차 비중은 현재 60%에서 20%로 급전직하한다.
국내 수출업계는 관세폭탄에 이어 또 다른 핵폭탄이 투하되었다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으로 수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동차 업계로선 핵폭탄 2개가 동시에 투하된 충격이다.
30년 이상 자동차 해외영업을 담당해 온 K부장은 “미국 수출은 국내 자동차 업계를 성장시킨 큰 버팀목인데 그것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의미다.
한정승인신문공고
국내 판매와 생산에서 겨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제네시스인데, 전면적인 미국 생산 국면에 진입하면 수출 분야 수익성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렇게 되면 국내 자동차 부문 일자리가 대폭 감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장시간 토로했다.
미국은 한국의 수출업계에 최고의 시장이다.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 업계에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해 자동차 업계의 수출액은 950억 달러에 육박하여 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의 수출에서 단순히 물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에 미국 시장은 수익성이 높고 현지 공장과의 시너지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린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자동차 현지 생산비중 80%는 단순한 작전의 변경을 넘어 근본적인 혁신을 야기하는 '시프트'를 의미한다.
한정승인신문공고
이에 대해 K 부장은 “대미 수출기지로서 한국 공장을 명맥만 유지시키고 미국 소비량은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트럼프의 정책에 거의 100% 호응하는 조치”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MZ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술렁이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분야 국내 일자리의 대폭적인 감소를 낳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부품 공급은 더 큰 타격이 우려된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상 부품도 현지에서 조달해야 완성차의 관세폭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1차 협력사는 미국으로 따라갈 능력이 있지만, 2차와 3차 협력사는 그럴 수도 없어 연간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도 엄청난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결국 완성차 수출업계는 물론 부품의 수출 분야 일자리에도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결론이 어렵지 않게 도출된다.
한정승인신문공고
최근 자동차 업계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이미 차갑다. 당장 역작으로 내놓은 전기차 분야 신차가 판매에서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다 중국산 공세는 이제 가격을 넘어 품질에서도 버거운 상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IT분야에서 이제 중국산을 벤치마킹해야 하고 일부에서는 중국과의 전략적 제휴에도 나서고 있을 정도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선전하던 유럽에서도 폭스바겐과 벤츠 등이 전기차에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치열한 경쟁국면으로 진입했다.
여기에다 호세 무뇨스 사장이 상징하듯 곳곳에서 외국인 경영자들이 그 입지를 넓히고 있어 위로 올라갈수록 토종인력의 승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1970년대생으로 올라간 임원 연령은 이제 70년대생마저 퇴직 대열에 내몰리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연구분야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채용 여력이 없다는 말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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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IT분야만 채용시장이 열려 있다고 K 부장은 덧붙였다. 특히 자동차 설계도도 외부에서 사 오면 더 효율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동차 분야 수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위기감은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타결됐다.
하지만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의 생산 자회사들이 잇따라 파업에 나서면서 해당 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현대차와 기아 일부 공장의 조업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자동차 수출 30년 베테랑의 입에서 나오는 위기감은 ‘대한민국 무역호’의 실제 위기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가 절박함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청년들에게 가장 질 좋은 일자리였던 자동차 분야에서 일자리 가뭄이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